'차구차구' 피파와 위닝 사이, 그 틈새를 찾아서
프로야구 시즌 개막으로 인해 야구 게임으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지만, 사실 축구 게임도 야구 게임 못지 않게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축구 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대동단결시켰던 피파온라인2의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갈 곳을 잃은 800만 축구 게임 팬들이 생겨났으며, 넥슨의 피파온라인3와 NHN의 위닝일레븐 온라인 등 축구 게임들이 연이어 출격해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마구마구와 마구 더 리얼 등 야구 게임을 주로 선보인 애니파크의 신작 축구 게임 차구차구도 이들처럼 800만 축구 게임 팬들을 노리고 등장한 게임이다. 실제 선수들을 연상시키는 사실주의 그래픽을 내세우고 있는 경쟁 게임들과 달리 마구마구로 친숙해진 SD 캐릭터들과 간편한 조작, 마구마구의 선수카드 시스템, 깜찍한 세레모니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사전에 진행된 몇 번의 테스트를 통해 기대 이상의 게임성을 선보여 게이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차구차구는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최종점검을 위한 마지막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올해 초에 테스트를 진행할 때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 출시 시기가 빠를 것으로 예측됐으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 출시 시기를 늦추는 것을 선택했다. 피파온라인3으로 인해 눈높이가 많이 높아진 게이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독특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번 파이널 프리 오픈을 통해 공개된 새로운 요소들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한준희 해설위원의 음성 추가가 눈에 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미스터 샤우팅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열정적인 축구 중계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축구 전문가다. 축구 게임인 만큼 축구 팬들에게 잘 알려진 이를 영입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차구차구의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기존 차구차구의 해설은 유로 여신으로 잘 알려진 윤태진 아나운서였다. 윤태진 아나운서의 귀여운 외모와 차구차구의 귀여운 캐릭터는 아주 잘 어울리는 만남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해설 부분에서는 팬들의 불만이 많았다. 다소 코믹한 게임의 컨셉에 맞게 아군을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편파 중계 형태를 시도했지만, 팬들은 이것이 지나치게 가볍다고 느낀 것이다. 때문에 팬들이 인정할 수 있는 한준희 해설위원을 영입했으며, 두가지 형태의 중계를 모두 지원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것은 단순히 해설 형태가 하나 추가된 것 뿐만 아니라 게임 노선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는 부분이다. 캐주얼함을 강조해 피파와는 다른 게임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나, 이것을 위해 정통 축구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는 파격은 자제해야 한다는 족쇄가 걸린 것이다.
실제 게임 플레이에서도 이런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테스트에서 너무 강력한 모습을 보여 문제가 됐던 지그재그 드리블이 약화되었으며, 돌파 보다는 패스 플레이에 더 치중해야 효과적이게 바뀌었다. 또한 스킬 역시 기존보다는 다소 약화되어 드리블 관련 스킬을 제외하면 그다지 큰 이득을 얻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이로 인해 지난 테스트보다는 속도감이 많이 줄어들어 이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호날두나 메시 같은 발빠른 사기 선수에 의존하는 플레이가 줄어든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싱글 플레이에서는 K리그 외에 새로운 유럽 리그 도입과 스폰서 시스템 도입으로 싱글 플레이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고 있다. 스폰서 시스템은 일종의 도전과제 시스템으로 스폰서에 따라 정해진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 부가수익을 지급하는 형태다. 정해진 경기를 플레이해서 선수 카드나 아이템을 구입할 때 필요한 게임머니를 얻는다는 기본원칙은 동일하지만 자신의 실력에 따라 목표를 부여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서 느끼는 재미가 꽤 만족스러운 편이다(단, 난이도를 너무 높이면 아군 수비의 어설픈 인공지능 때문에 혈압이 오를 수 있다. 자동수비는 웬만하면 기억에서 지워라).
이 외에는 지난 테스트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누구나 쉽게 변경할 수 있는 전술 시스템도 여전하고, 선수를 레벨업시키고, 다양한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는 육성 시스템도 달라지지 않았다. 마구마구의 강점을 그대로 가져온 선수 경매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 테스트 때 공개됐던 버전이 큰 문제가 없었으므로,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니파크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차구차구의 정식 서비스는 4월 중 시작될 예정이다. 이번 테스트가 최종 테스트인 만큼 지금 버전이 정식 서비스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프리 오픈의 형태인 만큼 지금의 분위기가 정식 서비스 때에도 그대로 이어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차구차구의 반응을 보면 기대했던 것보다는 다소 침체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프로야구 시즌 개막으로 인해 축구 게임보다는 야구 게임으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시장 분위기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게임 출시 자체가 너무 늦어진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 네오위즈게임즈와의 채널링 발표 때만 해도 피파온라인2의 대체제가 될 수 있을 분위기였지만 NHN도 네오위즈게임즈와 위닝일레븐 온라인2의 채널링 계약을 맺으면서 채널링으로 인한 이득은 당초 기대보다 상당히 낮아진 상태다. 위닝일레븐2의 출시 시기가 올해 말이라고는 하나 출시된다면 콘솔 시절부터 이어져온 피파와 위닝의 라이벌 관계 때문에 차구차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애니파크가 준비했던 미래와 시장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져버린 것이다.
또한, 게임성 부분에서도 다소 혼란을 겪고 있다. 이미 피파온라인2의 빈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한 피파온라인3를 넘어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것인 만큼 그와는 다른 매력을 가진 캐주얼 축구 게임이라는 자리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차구차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귀여운 그래픽과 코믹한 세레모니, 마구마구의 그것을 그대로 가져온 선수 카드 시스템과 육성 요소 등 게임의 전체적인 모습은 이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게임 플레이는 완벽히 캐주얼도 아니고, 정통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윤태진 아나운서 해설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너무 정도에서 벗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 정통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된다. 애초에 SD 캐릭터가 뛰어다니는 게임이 정통 축구를 지향한다고 해봤자 그것이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불꽃슛을 쏘고, 캐릭터가 분신술을 쓰는 게임을 만들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실제 축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화려한 기술들을 마음껏 사용하는 아케이드적인 축구를 지향하는 것이 차구차구에 더 어울린다는 얘기다.
현재 상황을 보면 위닝일레븐 온라인의 부진으로 인해 피파온라인3가 독주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픽 등 지금의 문제점을 개선한 위닝일레븐 온라인2가 연말에 등장한다면 피파온라인3와 위닝일레븐 온라인2의 전면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예전부터 이어져온 라이벌 관계를 논외로 하더라도 똑같이 사실주의 축구를 지향하고 있으며, 넥슨과 NHN 모두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차구차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올해 가을까지라고 할 수 있다. 두 게임과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고는 하지만 남은 기간동안 자신만의 색깔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두 게임의 전면전으로 인해 묻힐 가능성이 높다.
물론 피파와 위닝의 인지도를 생각하면 차구차구가 다소 불리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게이머가 사실주의 게임만을 원한다고는 볼 수 없다. MLB 더 쇼나 프로야구 스피리츠 같은 게임들도 있지만 SD 캐릭터를 내세운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애니파크의 대표작인 마구마구의 사례도 있고. 다만, 이 것은 꾸준한 노력을 통해 누구나 박수를 보낼만한 개성과 퀄리티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남은 준비 기간 동안 차구차구가 두 게임과는 뚜렷히 구별되는 자신만의 개성을 확립하길 바란다.
게임동아 김남규에 의해 작성된 ''차구차구' 피파와 위닝 사이, 그 틈새를 찾아서' 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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