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에이지’ 사운드팀 “작은 소리로 명품게임 만든다”
기사입력 2012-12-28 07:00
▶ 엑스엘게임즈 ‘아키에이지’의 사운드 파트 3인방 장경만, 박준오, 남진우(왼쪽부터).
[경제투데이 백민재 기자] 4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된 엑스엘게임즈(대표 송재경)의 대작 MMORPG ‘아키에이지’는 어떠한 소리를 들려줄까. 엑스엘게임즈의 사운드 파트 구성원들은 독특한 이력이 우선 눈길을 끈다. 남진우 파트장은 90년대 후반부터 밴드활동과 더불어 이승철, 엠씨더맥스 등의 앨범에 참여해 왔다. 뮤지컬과 연극에서도 편곡과 연주를 맡았던 그는 2007년부터 게임 음악으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함께 일하는 박준오씨는 ‘왕의 남자’ ‘추격자’ ‘놈놈놈’ ‘해운대’ ‘마더’ 등 영화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해 왔고, 장경만씨 역시 ‘해결사’ ‘아이들’ ‘오싹한 연애’ 등의 영화 사운드에 참여하다 게임업계로 진출한 케이스다. 이들은 “게임의 시장과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옮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아키에이지’는 1월2일 OBT를 앞두고 막바지 사운드를 점검 중이다. 게임 콘텐츠가 추가되면 사운드 팀은 계속해서 소리를 불어넣어야 한다. 더구나 ‘아키에이지’의 경우 몬스터들의 종류가 워낙 많아 사운드 팀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남진우 파트장은 “지난 2010년에 입사해서 몬스터 사운드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몬스터를 만들고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캐릭터가 몬스터를 때릴 때, 몬스터의 피부가 비늘이냐 갑옷이냐에 따라서도 사운드는 달라져야 한다. 그는 “몬스터 사운드보다는 캐릭터의 스킬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며 “캐릭터의 기술이 120가지가 넘는데다,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라 화면만 보고 소리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키에이지’의 남진우 사운드 파트장과 박준오, 장경만씨(왼쪽부터). |
영화나 뮤지컬에서 쓰이는 효과음과 게임 속의 효과음은 분명 다르다. 남진우 파트장은 “게임 사운드는 강렬하면서도 장시간 동안 들었을 때 귀에 질리지 않아야 한다”며 “실제 무기 사운드의 경우, 게임에 그대로 쓰면 너무 현실적이어서 적용하기 힘들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준오씨는 “영화 사운드는 극장이라는 장소에 맞으면 되지만, 게임은 유저들 스피커가 다 제각각이니 그 부분을 신경써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들은 싸구려 PC 스피커는 물론 오디오, TV 스피커까지 다양한 스피커들을 사용해 사운드를 테스트한다. 그는 “게임 내에서 평지는 물론 하늘이나 물 속에서도 소리가 잘 들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유저들 사이에서 게임 사운드는 종종 그래픽에 비해 저평가되기도 한다. 많은 유저들은 게임의 사운드가 익숙해지면 이내 효과음을 끄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무리 아름다운 효과음과 음악을 넣어도 그걸 끄고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 서운할 때도 있다”면서도 “그만큼 사운드를 만드는 사람들이 유저들의 귀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2013년 1월 2일 OBT를 진행하는 ‘아키에이지’ |
이들은 좋은 게임 사운드는 퀄리티가 아니라 구성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사운드가 잘 만들어진 게임으로는 블리자드의 ‘와우’를 꼽았다. 남 파트장은 “‘와우’의 사운드는 지금 들어도 깜짝 놀랄 경우가 있다”며 “최소한의 소리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게임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게임마다 그 게임을 대표하는 소리가 있다. 레벨 업을 할 때, 퀘스트를 받을 때 들리는 소리 등이다. 어떤 게임을 떠올렸을 때, 그 사운드가 생각난다면 좋은 사운드를 가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아키에이지’도 그런 게임이 되는 것이 목표다.”(장경만)
이들은 개발자이면서도 스스로 ‘아키에이지’를 즐기고 있었다. 남진우 파트장은 “자꾸 일을 해야 하는데 게임을 하게 된다”며 웃은 뒤 “정식으로 오픈하면 편안하게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경만씨는 “솔직히 저는 FPS 게임을 더 좋아하는데, ‘아키에이지’는 정말 재밌다”며 “게임을 좀 즐길 수 있게 덜 바빴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지었다.
“사소하게 스쳐지나가는 소리를 다 심어놨다. 풀을 건드리는 소리, 해 저물 때의 귀뚜라미 소리….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도 있는데, 정말 유심히 듣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소리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아키에이지’를 한다면 꼭 ‘날틀’을 타보고, 잠수를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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